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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부부

등산부부 15주차 / 안양 수리산 등산 일기 / 병목안 시민공원 - 안양도시공사 병목안 캠핑장 - 태을봉- 관모봉

by 우물안 개구리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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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태을봉, 관모봉) - 등산 14주

5.7km / 최고 고도 489m / 시작 고도 88m / 누적 고도 604m
코스 기록 3시간 29분 시작시간 08:13 / 종료시간 11:40
날씨 : 최저 -7.0 도 / 최고 0.0 도 / 총 오른 층수 147층

안양이 고향인 나는 친할아버지께서 수리산 중턱에 안장되셨을 정도로 집안이 안양 토박이다.
집안 모든 식구들이 안양6동(소골안)에서 수십 년째 터를 잡고 사셨다.
안양 현충탑 앞 돌계단에서 사촌 형님과 누님들이 돌도 안된 나를 안고 있는 흑백 사진이 있다.
소골안에 개천이 흐를 때 다리 밑에서 흐르는 개천에 빨래 방망이를 두들기던 막내 고모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똥 지게 꾼이 돌아다니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위생이 좋지 않던 시절 동네에 한센병(당시는 나병환자 : 문둥이라고 비하하던 시절) 환자가 지나 가면 성정이 드세셨던 친할머니가 문 걸어 잠그라고 소리치던 모습.
동네에 민무늬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긴 머리 아저씨가 한쪽 팔이 없어 외팔이 아저씨라고 불렀었는데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며 구걸 또는 협박을 하던 모습.
이제 와서 생각하니 월남 파병의 잔흔이었고 우리 격동의 역사의 아픔이었다.
여름에는 하얀 팬티(실제로는 누런 빤스)만 입고 돌아다녔고 빤스만 입고 돌아다니다가 그 안에 그대로 똥을 싸서 할머니 집으로 들어갔다가 할머니한테 젖은 빨래방망이로 엉덩이를 철썩철썩 맞았다.
현관문 앞에 작두 펌프에서 수동으로 물을 끌어올려 똥 묻은 내 빤스를 벅벅 문지르시고 찰지게 욕을 하시던 할머니도 그립다.
이렇게 글을 쓰며 그때 감정을 추억해 보니 나도 꽤 나이가 먹은 듯하다.
또래 중에 누가 들으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다.
아버지 형제는 6남매 중 아버지가 다섯째로 당시에 서른이 넘어 늦장가를 가신 데다가 마흔에 내가 우리 집에 첫째로 태어났으니 사촌 형님들, 누님들과의 나이 차이가 삼촌과 조카뻘이다.
집안에 제일 큰 형님(큰고모의 장남)이 장모님과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말 다했다.
심지어 조카가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우리 집만 일찌감치 따로 서울로 이사와 자리를 잡은 터라 안양은 나에게 시골과도 같은 그런 장소이다.

지금은 재개발이 되어 소골 안의 옛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때 그 시절 그 모습이 아련하게 조각처럼 남아 있다.

형님, 누님들도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살아,
아직 안양에도 더러 몇 분 계시지만, 각자 의왕, 화성, 안산, 울산, 군포, 김포, 수원, 원주로~~
이제 손주들이 생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린 형님들과 누님들~ 더 이상 소골안에서는 대식구가 시끌벅적하게 모이지 않는다.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으리~

아무튼, 당일날 그중에 원주 사는 큰집 큰 누님이 원주에서 안양으로 잠깐 큰어머니를 뵈러 온다고 하며 안양 온 김에 얼굴 좀 보자고 하셨다
마침 우리 부부도 그날 수리산 등산 계획이 있었으니 누님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안양에 도착하려면 수리산을 일찍 올라갔다 와야 했다.
수리산은 어린 시절 몇 번 형들과 올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친숙하기는 해도 쉽지는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는 항상 소골 안에서 현충탑을 통해 올라갔었는데(물론 정상까지 올라갔었던 기억은 없다.) 중년이 되어 처음으로 병목안 방향으로 올라 보기로~

아침 일찍 병목안 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우리 15주 차 등산 부부는 컵라면을 먹었다.
당연히 믹스 커피도 한잔~
병목안 시민공원을 지나고 병목안 캠핑장도 지나서 본격적인 수리산 입구에서 9시 8분
장소에 대한 명칭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꽤 쌀쌀한 날씨였고 군데군데 눈길도 있었는데 아이젠을 착용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겨울산행으로 눈이 쌓여 있지 않으면 병목안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크게 볼거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특별했던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 부부가 산을 빠르게 오르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을봉까지 도착한 것은 입산 후 50분도 체 소요되지 않는다.

9시에 태을봉을 찍고 수암봉 방향으로는 시간상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관모봉으로 목표를 잡았으므로, 일단 어느 구간까지는 올랐던 방향에서 다시 돌아와야 했다.

능선을 타고 이동하는 구간이므로 관모봉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크게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약 20분여 만에 관모봉에 도착~
관모봉이 태을봉보다 고도가 낮기는 하지만 사방이 트여 있어 주변 경관이 시원하다~

저 멀리 서울까지 가시거리가 눈앞에 펼쳐지니 속이 다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

항상 그렇듯이 우리는 꼭 정상에서 셀카 삼매경에 빠지고 만다.

겨울에 한가운데라 산 정상은 엄청 춥다.

물론, 오늘의 수리산 코스가 쉬운 코스이긴 하지만 이제 우리 부부의 등산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등린이라는 수식어를 조심스럽게 떼어도 되지 않나 싶다.

다음 수리산에 올라올 때는 완전 종주 코스로 잡아서 올라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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